top of page
Under_My_Umbrella_Natali_el (127).png
IMGBIN_paper-post-it-note-light-square-m
신도 호타루___ .png

" 왜? "

Shindo hotaru

進藤 蛍

   3-2   |   181cm   |   69kg   |   男   

물을 머금은  /   한풀 꺾인   /   그리하여

 전후 과정 없이 불쑥 커버린 몸. 마른 것 같으면서도 선명하게 자리한 골격과 도드라지는 손등의 뼈 같은 것들. 16살의 신도 호타루에게서는 잘 눈에 띄지 않았던 특징들이다.

 여전히 부스스하고 흐트러지는 곱슬머리는 시간이 흘렀다면 으레 그렇듯 한풀 꺾인 가을의 들판처럼 탁한 갈색이 되었고 맑은 녹빛의 눈동자는 조금 더 깊어져 어두운 빛을 띄었다. 그러나 묘하게 색이 바랜 오른쪽 눈동자는 녹색에 회색이 섞인 듯 혼탁한 색이다.

 혈색 없이 탁한 입술, 도톰하며 크지 않다. 아래로 얇쌍한 목. 그레이 계열의 잿빛 차이나 카라 셔츠. 그 위로 얇은 물색의 하오리를 걸쳤다. 팔뚝을 조금 덮는 소매 아래로 흉터 가득한 팔. 끊어지기 직전의 소원 팔찌가 왼쪽에 한쌍.

 아래로는 흔한 흰색 바지. 그러나 여전히 밑단은 풀물이 들어 있다. 툭 튀어나온 복사뼈가 언뜻 보일만치 가벼운 운동화. 역시나 회색.

 어딘가 다쳤다는 느낌은 들지 않으나 '살아있다.'는 느낌은 완벽하게 사라진 고풍스러운 수묵화 같은 분위기. 좀처럼 웃지 못하는 얼굴은 당혹스러움만이 가득하다. 여전히 느껴지는 아카시아 향기. 그 끝에 매캐한 재와 연기의 향.

p.png
p.png

​그 여름의

 흔적 

신도 호타루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이제와서는 그게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수묵화/흐려진 경계/가라앉은 침전물/대체 왜?]

 

 신도는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러나 몰랐을 뿐이지 앞으로 가고 있었음은 분명했다. 사고 이후 완전히 멈췄던 그의 삶은 마치. 그 날, 신도 호타루가 바다에 빠졌다가 뭍으로 건져 올려졌듯이 갑작스럽게 제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도 호타루는 이런 일이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표현은 제쳐두고 신도 호타루는 생각에 잠겼다. '대체 왜?' 대체 왜 그가 살아났느냐. 사랑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없는 세상.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친구들과의 학창 시절조차 존재하지 않는. 

 2년의 공백보다 긴 10년을 마주할 수 있을까? 그의 대답은 '그럴리가' 였다. 호타루가 없는 사이에도 10년은 흘렀고, 친구들은 다시 자랐고, 가족도. 형제도. 모두 저마다의 길을 떠났다. 그들의 흔적이 역력한 세상에서 호타루는 방향을 잃고 우둑허니 서서 세상을 마주했다.

 

 호타루는 차라리 솔직해지자고 생각한다. 한층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의문만 가득한 상황. 호타루는 그 누구보다 솔직하게 이 상황을 대하기로 했다. 싫은 주제의 대화는 회피하고 오로지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다. 지금으로서는 '잘 지냈다.'는 말이 되겠지.

 친구들이 그리웠느냐고 묻는다면 '차라리 만나고 싶지 않았다.' 라고 답했다. 신도 호타루는 자신이 없이 살아갔을 친구들의 지난 10년을 마주하기 두려워 했다. 또한, 자신과 함께 눈을 감은 아이들을 마주하는 심정이란. ... ... 

5월 8일에 태어났습니다.

 

 여전히 숲을 사랑하는 신도 호타루는 화마가 할퀴고 지나간 아오하마를 똑바로 바라보기 힘들어 했다. 그러나 그는 또 '여전히' 숲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자연은 시간이 흐르는 한 스스로 제 기능을 회복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인간도 그렇다. 신도 호타루는 그렇게 생각했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그의 믿음은 여전했다.

 

 사고 당일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 인파를 거슬러 올라갔다. 당연하게도 16살에게 두 사람을 전부 구하기란 불가능했으므로. 셋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로 불길에 휩싸였다. 신도 호타루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점이 하나 있디면 자신이 두 사람을 끌어안았기에 상대적으로 둘이 덜 아팠을 것이라고 멋대로 생각할 수 있다는 점.

 오른쪽 눈의 시력이 크게 저하되었지만 당연하게도 별다른 불편함이 없다. 말, 행동, 움직임. 모든 것이 한풀 꺾여 느릿하게 변했으며 목소리는 다소 쉰 듯 갈라진다. 양 손등에 화상 자국이 남았다. 등에도 크게 남아있지만 뭐, 이건 보이지 않으니까.

 동물과 식물에 대해 해박하며 아직도 물과 바다를 무서워하지만 차라리 불보다는 낫다는 입장이다. 호타루는 새벽이면 해변가를 서성이곤 했다.

 

 시간이 날 때면 양봉장이 있던 자리에 들러 자신과 할머니 할아버지의 무덤을 돌본다. 신도 가족은 세 사람이 떠난 이후 양봉장에 무덤을 만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오하마가 폐쇄되자, 무덤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고. 다시 도쿄로 돌아간 가족들은 나쁘지 않게 잘 살았다. 다만 아오하마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는 일체 연락을 주고 받지 않았으며 관련 인터뷰나 기사 한 줄에 실리지 않도록 조심했다. 메구미는 도쿄대를 무사히 졸업하고 화학 관련 제조사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레이지는 괜찮은 대학의 교육과를 다니고 있다. 부모님은... 뭐, 알아서 잘 살겠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