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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jimura Kien

富士村 喜演

   - - -   |   184cm   |   73kg   |   남   

여유만만   /   가벼운   /   개인적인

특유의 여유로운 성질은 여전했다. 조급하지 않은 언행을 드러내 분위기의 완급을 조절할 줄 알았다. 어떤 급박한 상황에서도 툭 치고 들어오는 느긋함이 있었다. 왜 이렇게들 심각해? 자아, 얼굴 펴고. 익살스럽다 여겨질 만큼 나른한 태도는 주변의 긴장까지 늦추곤 했다. 후지무라 키엔은 제가 열 여섯에 잃은 것이 일부에 지나지 않음을 알았다. 오히려 전체가 아닌 일부를 잃었음에 애가 닳아 결핍을 채우기 위한 욕심을 보일 법한데도 전혀 그러한 기색이 없었다. 남은 것에 대한 집착 또한 없었다. 키엔은 이미 떠난 것들에게 미련을 가지지 않았다. 미련이 없었기에 구차해지지 않을 수 있었다. 다만 깨달았을 뿐이다. 당연하게 가지고 있던 것을 잃어버리는 감각을. 눈앞에 들이닥친 이별을. /Carrezando, 부드럽게 

 

 

그러므로 후지무라 키엔은 더 이상 낙관을 말하지 않는다. 사실 본래부터 공상적인 성질은 아니긴 했다. 다만 이전에는 현실적인 대책을 강구하면서도 막연하게 어떻게든 될 것이란 심보가 깔려 있었다면, 이제는 최악의 경우까지 상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비관에 빠지는 것은 아니었으나, 아오하마의 일을 겪기 전보다 냉소적이게 된 것은 사실이었다. 무턱대고 모험을 추구하는 일도 줄었다. 가벼운 내기를 즐기고, 기존의 것보다 새로운 것을 반기는 성향은 여전했지만, 신체적으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에 있어서는 몸을 사렸다. 불은 키엔이 처음으로 위협을 인식한 매개체였다. 선명한 흉터까지 남긴 그것은 무척이나 뜨겁고 아팠으므로. /Ecco, 건조하게

 

 

낙관에 기대지 않는다고 하여 돌발 상황에서 침착함을 잃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전과 비교해 더 차분해진 감이 있었다. 느긋한 성질로 하여금 쉽게 당황하지 않았고, 현실적인 시각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할 줄 알았으며, 유연한 융통성은 수용과 적응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켰다. 기본적으로 정서가 정적이었다. 외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쾌활하여 티가 나지 않았지만, 커다란 감정 변화가 극히 드물었다. 대개 평상심을 유지했다. 아오하마의 사고를 제외하면 안정적이었던 성장 배경도 한 몫 했으나, 의식적으로 제한을 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다. 아무래도 감정은 유기적인 것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키엔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감당하기로 했다. /Tranquillo, 고요하게

 

 

이러나 저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태도에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 여전히 경쾌했고, 이따금씩 경박했으며, 대체로 가벼웠다. 입담은 유쾌했고, 습관처럼 웃는 얼굴은 어색함 없이 자연스러웠다. 도쿄에서의 고교 생활이 순탄했던 이유가 있었다. 아오하마 생존자란 꼬리표는 거의 고교 시절 내내 따라붙었으나, 적어도 학교 내에선 무리 없이 동급생들 사이에 섞여 들 수 있었다. 그야 그런 사고를 겪은 사람이라기엔 얼굴에 그림자 한 점 없었으니까. 처음에는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기도 했으나, 신경 쓰는 기색 없이 의연하게 굴자 관심이 사그라지는 것도 금방이었다. /Lievo, 경쾌하게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관계의 범위였다. 한 도시의 마당발처럼 굴 때는 언제고,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나서서 사람을 사귀지 않았다. 관계의 깊이 역시 얕았다. 너무 독립적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적당하게 어울리되, 반드시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했다.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나눠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 서로의 내밀함에 무신경해도 아쉬움이 없을 사이. 너무 박하진 않되, 타인이란 구분을 벗어나지 않도록. 어렸을 적엔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 쓰이던 눈치가 지금에 이르러선 이렇게 쓰였다. 그래. 키엔은 가끔씩 과거의 자신이 제법 상냥하게 굴었음을 깨닫는다. 그만큼 당신들을 많이 좋아했던 것일까. … 이제는 알 수 없다. /Ma non tropo,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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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의

 환상곡 

" 이야~ 오랜만이네! 근데 너 이름이 뭐였더라? "

C 喜演

기쁠 희, 펼 연. 기쁨을 널리 펼쳐라. 

할머니가 지어주신 이름이다.

 

1999년 6월 9일 출생. 쌍둥이자리(Gemini).

장미(Sweet Brier), 블랙 스타 사파이어(Black Star Sapphire). /사랑, 진혼.

 

RH+ B형. 270mm. 양손잡이.

오른손에 입은 화상이 완치된 후에도 왼손을 주로 사용했다. 바이올린 연주 시의 자세는 이전과 동일하다.

 

 

 

D 富士村

후지무라 중공업의 오너 일가. 가나가와 현에서 철강업으로 성장했으며 현재 본사를 도쿄 도로 이전, 중공업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시켰다. 업계에서 수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조선업이 대표 사업으로 꼽힌다. 2014년 여름에 일어난 아오하마 화재 사고에 후지무라가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져 잠깐 이슈가 일었으나, 회사 측에서 언론 통제를 한 것인지 관련 인터넷 기사들은 모두 삭제됐다.

 

2남 2녀 중 차남. 늦둥이자 집안의 막내다. 키엔을 제외한 가족 구성원은 친부 후지무라 타이치(富士太一), 친모 후지무라 아오이(富士愛桜), 장녀 후지무라 츠카사(富士司), 장남 후지무라 다이스케(富士大輔), 차녀 후지무라 토오리(富士堵織)로 이루어진다. 사고 이후 본가가 있는 도쿄로 상경했다. 본가는 도쿄 도 오타구 외곽에 위치한다.

 

조모 후지무라 아이코(富士愛顧)는 아오하마 화재로 사망했다. 불꽃놀이 관람을 위해 자택에서 아오하마 해변으로 이동하던 중 지근에서 발화한 불길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코를 수행하던 가사도우미 카나메 료코(中要浪子) 역시 같은 이유로 사망한 것으로 보이며, 후지무라 별저에 대기하던 가사도우미 사토 이즈미(佐藤出海)는 무사히 대피하여 생존했다.

 

키엔이 걸고 있는 은반지는 아이코가 아끼던 결혼 반지로, 원래 시신과 함께 안치할 예정이었으나 드물게 키엔이 고집을 부렸다.

 

 

 

E バイオリン

바이올린은 6살 때부터 시작했다. 아이코의 취미 중 하나가 클래식 감상이었는데, 그 때문에 저택에는 항상 음악 소리가 잔잔하게 흘렀다. 가장 자주 들리는 곡이 텔레만의 12 무반주 바이올린 판타지아(12 Fantasias for Violin Solo)였다.  조부인 후지무라 나기(富士凪)와 함께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의 독주회를 갔을 때 들었던 것이 인상 깊었다고 한다. 키엔의 레퍼토리 중 하나다.

 

현장 수습 과정에서 아이코의 은반지와 함께 키엔의 바이올린 역시 일부 온전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두 물품 모두 단단한 케이스 안에 보관된 상태였기 때문에 무사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울림통에 결함이 생겨 연주는 불가능하다.

 

현재 독일의 음악 대학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있으며, 고등학교는 도쿄 소재의 예술 고교를 졸업했다. 한동안 출전하지 않았던 콩쿠르에도 다시 참가하기 시작해 총 3번 수상했다. 작년 국내에서 개최된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는 2위를 차지했는데, 이로 인해 일부 언론에 다소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공개된 인터뷰 질문 사항에 아오하마 관련 언급은 전무하다.

 

주니어 시절의 다소 정석적이던 연주법이 자유롭고 실험적인 형태로 바꼈으며, 특히 감정 전달에 있어 뛰어나다고 평해진다.

 

왼손 손가락 끝에 굳은살이 심하게 박여 있다.

 

 

 

F 靑浜

화재 사고 당시, 손목에 차고 있던 팔찌에 불이 붙거나 열기가 오른 잔해를 치우는 등 대피 과정에서 오른쪽 손 전반에 심재성 2도 화상을 입었다. 흉터는 손바닥을 중심으로 손목까지 내려와 있다. 왼쪽 손에 비하면 감각이 무딘 편이긴 하나,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다. 검정색 반장갑을 착용하여 흉터를 가리고 다닌다. 타인의 시선과 관계 없이 그냥 본인이 보기 싫어 취한 조치다.

 

불에 대한 트라우마 증상은 없으나, 약간의 회피 성향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흡연을 시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자 담배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웬만해선 직접 요리도 하지 않는다. 그림이나 사진으로 보는 것은 상관 없다.

 

사고 이후 바다에 간 적이 없다.

 

 

 

G 淡雪

아오하마 생존자들이 타지역으로 흩어진 후, 키엔이 먼저 다른 친구들에게 연락을 취한 적은 없다. 

 

최근 친구들의 이름과 얼굴이 가물가물하다. 교류가 없는 동창생에 대한 기억이 흐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A 好不好

好 | 다시마 사탕, 내기, 여행, 신작 게임, 바이올린

 

8살 첫 콩쿠르 당시, 그래도 처음이라고 긴장한 키엔에게 아이코가 다시마 사탕을 쥐어주었다. 이런 사탕이 어딨냐고 항의하는 손자에게 아이코가 주는 대로 감사히 받아먹으라며 일축했다. 입맛이 까다로운 키엔에겐 절대 맞지 않은 맛이었지만, 어째선지 그때 이후로 습관처럼 다시마 사탕을 물고 있다. 여전히 그렇다.

 

不好 |  책임, 의무, 규칙, 부담, 지루하고 따분한 것, 심각하고 진지한 상황, 봄(환절기), 불

 

봄이 싫은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화분증(꽃가루 과민증) 때문이다. 삼나무 알러지가 있어 그 시기만 되면 기침과 콧물, 눈물을 달고 산다. 심할 때는 마스크에 화분증 안경까지 중무장을 하고 다닌다. 그런 꼴을 하고서도 실내에 박혀 있을 수는 없다는 모양.

 

 

 

B 外

소지품 | 스마트폰, 무선형 이어폰, 바이올린 케이스, 다시마 사탕 봉지, 전자담배, 담뱃갑

 

손목에 찬 시계는 3살 생일 선물로 아버지에게 받은 것이다. 중간에 유리와 체인을 한 번씩 교체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며 머리 스타일을 바꿨다. 성인이 되어서는 오른쪽 아웃컨츠를 한 곳 뚫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아파서 왼쪽은 뚫지 못했다.

 

담배는 대학 동기에게 배웠다. 뒷맛이 깔끔한 것을 선호한다.

 

기분이 좋으면 무의식적으로 흥얼거린다. 클래식일 때도 있고, 가요나 인디 곡일 때도 있다. 그때 그때의 플레이리스트 기준이다.

 

말꼬리를 늘이는 버릇이 있다. 표준어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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