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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같은 짓 하지 마. 후회하기 전에. "

Kuze Kizuna

久瀨 絆

   3-2   |   188cm   |   81kg   |   男   

무심한 거리감  / 방어적인 태도 / 그럼에도 여전한

ㅡ그칠 줄 모르고 쏟아지다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그쳐버린 소나기를 기억해?

[ 무심한 거리감 / 방어적인 태도 / 그럼에도 여전한 ]


 

“ 거기서 멈춰. 오지 마. ”

다른 아이들과 눈에 띄게 거리를 두었다. 어릴 적에는 다들 바글바글하게 모여 있으면 일단 끼어들어서는 이래저래 말을 얹었지만, 이제는 그런 상황에서 뒤돌아 혼자 있을만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먼저 말을 거는 일은 있어도, 행동이 일정 선을 넘지 않았다. 허물없이 다가가던 예전의 친밀한 태도가 전부 거짓말이었던 것마냥.

예전의 다혈질은 전부 어디로 갔는지, 침착하고 말수가 적어진 건 덤이었다. 언성을 높이는 일도 없고, 따박따박 길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목소리도 듣기 힘들어졌다.

 

“ 그래서, 어떻게 지냈다고? 아, 예전에도 그랬던가. ”

제 이야기보다는 타인의 이야기만 듣길 원했고, 또 물었다. 제가 모르던 사실도, 알던 사실도 구분하지 않고 뭐든 물어봤다. 모르는 사람을 대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는 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점도 꺼내지 않았다. 질문을 받아도 회피하기 일쑤였고, 조금이라도 깊이 파고들고자 하면 딱딱히 굳은 낯을 하고 고개를 돌렸다.

이전의 일은 기억하고 싶지 않아하는 모양새였다.

 

“ …다쳤냐? 어디. ”

그는, 그럼에도 여전히 쿠제 키즈나였다.

아닌 척하면서도 기어코 신경을 쓰는, 지나치지 못하고 손을 내미는, 누가 먼저 제게 다가오면 결코 밀어내지 못하는 그 어린 여름날의 키즈나와 결국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어린 날보다 쉽게 제 다정을 묵인했다. 누군가 손을 잡아오면 뿌리치지는 못하고 고개를 돌려 표정을 감추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위의 태도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위태로운 벽처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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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소나기 

:: 2020년 여름까지의 쿠제 久瀨 가

 

- 2014년, 그 사고 이후 남은 가족 전원은 남매의 부모님이 살던 오사카로 이사했다. 오사카 주택의 거실에 있는 불단에는 쿠제 타메쿠니, 쿠제 키즈나, 쿠제 키사라기 세 명의 사진이 올려졌다.

 

- 2016년, 쿠제 사다요는 남편과 세 손자가 함께 있던 풍경 가게를 잊지 못하고 교토의 변두리, 한적한 골목에 카사를 재개장해 그곳에서 홀로 살기 시작했다.

 

- 2020년, 쿠제 키세키가 16살이 된 해. 세 남매의 부모인 쿠제 아사나와 쿠제 에이시로는 아직까지도 아침마다 불단에 놓인 사진을 보며 인사하고, 세 사람을 위한 방을 비워두었다. 

 

 

 

-

:: 맏이, 키즈나 絆 의 빈 자리

 

- 3남매의 첫째이자, 6살 아래의 쌍둥이 동생 둘을 업어 키운 맏이였던 그의 빈 자리는 작지 않았다.

부모님은 저녁이 되면 키즈나의 번호였던 숫자를 눌러 전화를 걸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하는 안내음성을 듣고야 아들의 부재를 새삼 깨닫고는 했고,

할머니와 동생은 종종 뒤를 돌아보면서 ‘이치?’ 하고 그를 찾다 아무도 없는 허공을 보며 입을 다물고는 했다.

 

- 오사카의 2층 주택, 큰 창문이 한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아담한 방은 화재를 진압한 뒤 아오하마의 주택에서 겨우 수습해 가져온 키즈나의 물건들 몇 가지와, 키즈나가 살아있다면 필요했을만한 물건들로 단장되어 있었다.

마치 저녁이 되면 그가 귀가하기라도 할 것처럼.

 

- 작지 않은 방의 한 켠에는 디지털 피아노 한 대와 악보 몇 개가 놓여있었다.

키세키가 가끔 그 방에 들어가 피아노의 건반을 눌러볼 때를 빼면 아무도 그 피아노를 쳐본 적이 없지만.

 

 

:: 絆 

 

- 어찌 된 일인지 멀쑥하게 커서는 눈을 떴다. 그것도 어릴 적에 가끔 상상해본, 캐주얼 정장을 입은 모습으로.

다만 상상과 다른 점이 있다면 상상 속에서의 자신은 피아노 앞에 앉아 근사한 연주를 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그날의 화재로 그을린 마을 앞에 서있다는 점.

 

- 눈을 뜨자마자 바다가, 그 반대편에서는 전부 타버린 채로 자신을 맞이하는 아오하마의 모습에, 무작정 집으로 달려갔다.

아무것도 없었다. 혼자 헤매다 집으로 왔을 동생도, 인파에 떠밀렸을 동생도.

그 다음은 가게로 달렸다.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없었다. 가게를 보고 있었을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 꿈을 꾸었다. 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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