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오랜만이네. "
Igarashi Mitsuaki
五十嵐 充明
3-2 | 189cm | 78kg | 男
한결같이? / 서투른 / 다정
“왠지 미츠아키.. 어렸을 때는 좀 더 활기차다고 해야할까, 쾌활하다고 해야할까.. 그런 부분이 있었잖아.”
어릴 적 이가라시가 말썽꾸러기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커가면서 온 사춘기탓에 점차 낯을 가리고 먼저 다가서는 일을 어색해하고 부끄러워하기 시작했다는 것도요. 어차피 이전부터 계속 보아왔던 친한 사람들에겐 이런 서투름이 많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말이에요.
“이가라시는.. 칭찬같은 게 어색해?”
그래도 분명히 서투른 점은 있었지요. 칭찬을 들으면 눈에 띄게 부끄러워하며 뒷목을 쓸었던 점이라던지, 순수하게 친구들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잘 못한다던지 하는 점들. 대놓고 배려를 하기보다 속 생각을 많이 한 후 사소한 배려들을 행동으로 옮기는 때가 더 많은 점이라던지요. 눈치챘을까요?
“밋쨩은 자기가 얼마나 친절한지 나보다 모른다니깐.”
“..착한 거지. 이가라시 정도면.”
그런 서투름에도, 미츠아키는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다정한 사람입니다. 정작 본인은 그 사실에 동의하지 않는 듯하지만, 어설프더라도, 사소하게 나마 늘 다른 사람을 살필 줄 아는 면모는 분명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다가왔을 테니까요. 무엇보다 대놓고 표를 내지 않아도, 그는 늘 함께 있어주었던 당신을 꽤 좋아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多정하다는 말이 퍽 어울리지요.
하지만 어쩌면 그 다정함은 어쩌면 정작 미츠아키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사항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자랄수록 마냥 자신의 욕심을 표출할 수는 없었기에. 자신보다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신경쓸 수밖에 없었기에.
“... 너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빛나는 게 좋아. 그게 너잖아, 이가라시.”
그리고 여전히 미츠아키는 당신을 무척이나 아끼는, 다정하고 한결같은 미츠아키입니다. 아무리 센 바람을 맞아도 그자리에서 한결같이 물결치는 파랑처럼, 분명 앞으로도 미츠아키는 이 자리에 가만히 서서 당신을 사랑할 겁니다. 더이상 함께 장난치고, 함께 혼날 수는 없어도 말이에요.
단지, 최근에는 그 다정 밑으로 조금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사실 이제 우리는 더이상 한결같이 그때와 같은 모습으로 만날 수는 없게 되었잖아요. 그래도 다시 만나면 부디 인사해주세요. 오랜만이라고.
바람결에 쉽사리 흔들리는 까만 머리는 바람이 부는 대로 그 앞머리의 모양이 바뀌곤 했지만, 평상시에는 중3인 그때와 앞머리의 모양과 방향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까매진 머리 밑으로는 이전과 같은 금색의 눈이 눈에 띕니다.
전보다 길어진 머리는 뒷목과 등을 살짝 덮고, 그 아래로 본인은 볼 수 없는 큰 화상 자국이 뒷목과 등을 걸쳐 존재합니다.
까만 겉옷의 밑단은 가운데가 살짝 튿어진 채 둥근 형태를 이루고 있어 언뜻 날개처럼도 보입니다. 그 안에는 예전부터 간간이 입곤 했던 유카타가 특징적입니다. 평소 입었던 것들과 다른 점이라면, 아주 밝은, 바다와 닮은 청록빛의 유카타라는 점 정도를 꼽을 수 있을까요.
그 여름의
날갯짓
ㄱ. 기일: 7월 27일.
0. 케이크 위에 촛불을 켜놓고 보내는 자신의 생일날을 굉장히 좋아했지만, 이제 더는 초를 켜두고 소원을 비는 일은 하지 못하겠지요.
1. 그러니 초를 꽂고 손을 치며 생일 노래를 불러주는 대신에 이젠 향을 피우고, 손을 모으며 인사해줄래요? 기억해줄래요? 한때 너흴 좋아했던, 그런 이가라시 미츠아키가 있었다고.
ㄴ. 가족관계
0. 할머니와 단둘이서 살았던 외동아들입니다. 부모님은 모두 살아 계시지만 도시에서 바쁘게 일하느라 미츠아키를 돌볼 여력이 없어 할머니에게 맡겨둔 실정입니다. 부모님은 간간이 시간이 날 때면 이곳 아오하마 시로 내려와 미츠아키를 보고 가곤 했습니다. 이제는 영영 만날 수 없게 되었지만.
1. 딱히 가족관계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미츠아키가 가끔씩밖에 볼 수 없는 부모님에겐 약간의 서운함을 갖고 있던 것도 사실입니다. 부모님은 이따금씩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이가라시의 목소리에서 그런 서운함을 읽었지만, 결국 자주 보러 오지는 못했던 것에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때 널 데려왔더라면, 그랬더라면.
ㄷ. 주거지
0. 할머니가 운영하고 있는 작은 화과자집의 2층에서 살았었습니다. 평소엔 그렇게 잘만 뛰어가던 자신의 집인데, 왜 그날따라 팔은 후들거리고 다리는 미친듯이 움직이지 않았는지.
1. 아주 어릴 때는 쾌활하고 스스럼 없는 성격 탓에 집으로 걸어들어오는 내내 상가의 주민들과 반가운 인사를 주고 받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사춘기와 함께 다른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일에 어색함을 느껴 차츰차츰 적극적인 인사를 주고 받지는 않게 되었지만요. 그렇게 서툴러도, 이전에 쌓아왔던 관계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 주민들과의 관계는 계속 좋은 편이었습니다. 애초에 이렇게 오래 함께 얼굴을 보며 지낸 주민이라면 친하게 지내지 않으려고 해도 꽤 어려운 일일 테니까요. 그날의 참상에서 살아남은 주민들은 아직까지도 간혹 이가라시를 떠올리고, 말하곤 합니다. 그때 그 아이는 사고는 좀 쳤어도, 밝고 어려울 때 도울 줄 아는 다정한 아이인지라 가끔 생각이 난다고. 보고 싶어진다고.
ㄹ. 취미
0. 종이배 접기:
미츠아키가 가지고 있는 취미이자 특기 중 하나입니다. 이따금씩 시간이 나면 직사각형의 종이로 배를 접곤 하는데, 그 모양이 꽤나 정갈하고 물에 띄웠을 때 오래도록 젖지 않습니다.
1. 바닷바람 쐬기: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기분이 들 때면 바닷가로 나가 바람을 쐬곤 합니다. 어느 때 가도 한결같이 들려오는, 바람에 따라 이는 물결소리가 마음을 진정시켜주니까요. 더 어릴 때, 그러니까 한창 아지트에 가는 것이 익숙했을 때는 바다 근처에 있는 아지트에서 이 취미를 즐기곤 했습니다. 특히 고요한 밤, 작은 불을 켜놓고 누워있자면, 파랑이 이는 소리가 꼭 자장가와 같아서 그 환상적인 음악을 듣기 위해 자주 찾았습니다.
ㅁ. 아오하마 시
0. 이곳 아오하마에는 아주 어릴 적부터 살아왔습니다. 비록 이곳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미츠아키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빠진 부모님 탓에 초등학교, 중학교를 모두 아오하마의 아와유키 학교에서 다녔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러니 불타 황폐화된 지금까지도, 태어난 곳은 아니더라도 오래 지내온 이곳을 미츠아키는 여전히 고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1. 가끔 잔잔히, 그러나 힘차게 고동치는 바다를 보러가곤 합니다. 맑고 굳세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파도라 했던가요, 이것만은 여전히 아름다운 빛을 뽐내고 있어, 그것이 썩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거든요.
ㅂ. 축제
0.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거리 중 하나인 축제를 꽤 좋아했었습니다. 이곳을 좋아한다는 것이 그 이유에 큰 기여를 했지만, 축제 자체가 보여주는 광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매년 빼먹지 않고 축제를 즐겼지만, 끝내 인사도 채 못 한 채 할머니와 헤어지게 만든 이 축제 기간을 더 이상은 언급하지 않으려 합니다.
ㅅ. 소지품
“모두 소중히 간직해두고 싶었는데, 미안해. 그래도 준 것들 모두 잊지 않고 있어.”
ㅇ. 호불호
0. 호
-할머니께서 해주시는 화과자와 나물 요리: 할머니의 요리는 언제나 최고였지. 이제는 맛 볼 수 없지만.
-바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진정되곤 해.
-너희들: 이건.. 말하지 않아도 알지?
1. 불호
-벌레: 아주 어릴 땐 잡고 놀고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좋아하지 않게 됐어. 하지만 나비 정도는 괜찮을지도. 죽은 사람은 나비가 되어 돌아온다고도 하잖아.
-불꽃놀이: …원래는 좋아했지만.
ㅈ. 내가 사랑하는
“결국 정장은 입어보지 못했어. 내 옷은 역시 이건가봐. 그렇다고 가게를 물려받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이것도 네가 보기에 어울렸으면 좋겠네. 우리 할머니 말은 통 믿을 수가 있어야지.”
“약속은, 이거 누가 먼저 지키지 못 한 걸로 쳐야 되지? 가리가리군 100개 얻어먹을 기회였는데, 아쉽다. 연락 먼저 끊어버린건 미안. 그래도 이해해주라.”
“동네방네 "그" "유명한" "야구스타"가! 바로 제 친구!라고.. … 정말 말 하고 싶었는데. …미안해. 사실은 네가 더 아쉬울텐데도. 괜히 주책맞게 굴었다.”
“사인지, …기껏 해줬는데 없어져버렸어. 화내지 않을 거지..? 또, 이제 옆집은 아니지만 그래도 계속 함께 걸어가줄래?”
“포포링은 결국 애니메화 됐어? 그 뒤 볼펜은 사지 못 해서 포포링이 인기있어졌다고 해도 유행 따라가는 사람은 못 되겠지만. 귀여움을 몰라준다고 뭐라 하지 않을거지? 그리고 뭔가 말해주기로 한 게 있지 않았나? 그런 약속을 했던 것 같은데, 미안. 잘 기억 안 나.”
“과일사탕 맛있었어, 그리고 그때 액운 나눔이라면서 줬던 것 같은데.. 아마 우리에게 있었던 일이 그것 때문은 아닐 거야. 아무 생각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냥 혹시나 해서. 그러고 보니 선장은 됐나? 네 배에 타보고 싶었는데.”
“이루고 싶은 건 이제 생겼어? 혹시 못 찾았더라도, 네가 원하던 대로 이룰 수 있는 게 많은 곳에 가서 만족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면 좋겠어.”
“여전히 동생은 잘 지내? 넌 결국 어떤 꿈을 갖게 됐을지 조금 궁금하다. 그때 말했던 건.. 지금 하기에는 조금 곤란하게 돼버렸잖아.”
“네가 여전히 네 이름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조금 더 일찍 대화를 해봤다면 좋았을걸. 너도 날 보고 있을 줄 알았다면 내가 더 적극적으로 말을 걸걸 그랬어. …그러고 보면 네가, 어릴 때의 나는 햇빛 같았다고 했잖아. 근데 사실 난, 그 말을 하는 네가 더 햇빛 같다고 생각했어. 그 말을 해주는 네가 너무 따듯해 보였거든.”
“여전히 넌 바다를 보지 않으려나. 네가 설명해주는 산은 꽤 멋진 분위기가 나서 자주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그러진 못 했네.”
“넌 누군갈 즐겁게 만드는 데에 소질이 없다고 했지만, 난 너랑 함께 했던 것들 다 즐거웠어. 근데 있잖아, 어쩌면 산타도 정말 존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아니다. 또 귀엽다고 놀릴라.”
“ 미안해, 이제 불꽃놀이는 같이 못 해줄 것 같아. 너와 함께 했던 밤을 참 좋아했는데. 여전히 책은 좋아해? 그 사이에 재밌는 책 나온 거 있으면 알려주라.”
“뒤늦게 너랑 디저트 입맛이 맞는 걸 알고 꽤 기뻤는데. 결국 여기저기 맛집탐방이라던지 못해봤네. 아, 또.. 너한테 고등학교에 가보면 부활동도 해보고 어땠는지도 얘기해주기로 했었잖아. 근데 미안. 고등학교 건너뛰고 갑자기 커버렸네. …하하.“
“아이스크림 제대로 쪼개지면 뭐 들어준다 그랬잖아, 그거 아직 유효해? 근데 사실 뭘 빌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혹시 여전히 하늘을 좋아해? 또, 여전히 나무 위에 올라가는 것에는 개의치 않는 편? 만약 그렇다면 또 같이 별 보러 가지 않을래? 이번엔 제대로 나무 위에서 말이야. 왠지 별 되게 잘 보일 것 같은데.”
“그래도 네 걱정대로 도박에 빠져서 재산을 탕진하진 않게 됐네. 뭐.. 원래도 도박에 빠져서 가산을 탕진할 생각은 없었어. 정말로.”
“결국 직접 끓인 차는 대접해주지 못했네. 그렇게 들러달라고 들러달라고 얘기해놓고, 조금 민망하다. 여전히 기회가 된다면 생각은 있으니까 말해줘.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게 또 흠이긴 하지만..”
“그러고 보니 레몬즙 결국 한 번도 못 받았네? 레몬에이드 먹고 싶었는데. 아, 이게 아니라고 했던가. 하하.”
“그때 기억나? 같이 야광 스티커 붙이러 갔을 때. 그때 내가 예쁘게 못 붙일까봐 자신 없어 하니까 네가 나만의 우주를 만드는 느낌으로 임해보라고 했었잖아. 그때 불안했던 마음이 싹 가셨어서, 사실 아직도 가끔 떠올리곤 하는 말이야. 넌 여전히 별을 좋아하려나.”
“넌 늘 여유로운 면이 있어서, 괜히 마음이 조급해질 때 널 보고 있으면 여유를 되찾곤 했어. 왜, 선생님한테 단체로 혼났던 날 있잖아. 그날도 네가 계속 느긋한 태도를 유지해서 끝나지 크게 무섭지 않게 보낼 수 있었어. 이제 와서 하기엔 조금 늦은 말이지만 고마워. …그냥, 말해두고 싶었어.”
“내가 착하다는 말을 최근 많이 듣는다고 하니까 네가 역시, 하고 말했었잖아. 그런데 사실 아직 잘 모르겠어. 나보단 네가 더 착한 것 같은데. 이미 지나간 생일 선물도 챙겨주려 했었잖아.”
“넌 이제 바다색의 그 리본을 하지 않을까. 그 색을 보면 늘 네가 떠오르곤 했는데. 아마 누구든 그렇겠지만.. 은근히 속 깊은 면이 바다랑 꼭 닮았다고 생각했었거든. …그냥 그렇다고. 그러고 보면 결국 신상 젤리는 어떤 맛으로 됐었어? …하하.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얘기였으려나..”
“급하게 하긴 했었지만, 나 너랑 축제 준비를 도왔던 일 꽤 좋아해. 그때 알았어. 늘 바다만 보느라 몰랐는데, 그 근처에 흩어져 있던 조개껍질이 참 예쁘더라. 나도 모아볼까봐. 선물은.. 잘 모르겠어. 다시 만나면 언제나처럼 웃어줄래?”
“사실 청소하는 거 꽤 힘들었는데, 네가 비밀기지 청소하면 체육관 갈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뿌듯한 기분도 들고 그랬다, 나? 그런 말 한마디로 너덜했던 기분이 휙 바뀌는 게, 나 좀 단순한 애 같기도 하고. … …네가 지금도 그렇게 긍정적으로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다.”
“가만히 바다를 보고 있으면 가끔 네가 떠올라. 너랑 같이 바다볼 때, 네가 줬던 라무네가 엄청 청량해서.. 왠지 바다가 생각났거든. …좀 웃긴가? 그래도, 라무네는 분명 어떤 거든 비슷한 맛일 텐데도 이상하게 그날 너랑 먹은 건 특히 시원했거든.”
“넌 내가 배려해줘서 겨우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얘기했지만, 난 오히려 네 배려가 우리를 대화할 수 있도록 만든 거라고 생각했었어. 뭔가… 어떤 상황에서의 배려였는진 잘 기억 안 나는데, 그때 네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배려해줘서, 그래서 얘기가 시작됐던 것 같거든. 사실 어느 쪽의 배려라고 하는 거 자체가 이상하긴 하다. 소통은 오가는 거라잖아.”
“심심할 때 라인 친다고 해놓고 결국 못 쳤네. 이제 핸드폰도 없어서 할 수가 없지만, 대신 심심하면 말 걸어도 되지? 우리 친한 사이라며. 왠지 네가 그 말 할 때 좀 어색하게 얘기하긴 했었지만. …하하.”
“자다가 눈을 떴을 때 네가 눈앞에서 해맑게 웃고 있어서 나 실은 꽤 기분이 좋았어. 무려 꽃받침까지 하고 말이야. 자고 일어났는데 아무도 곁에 없으면 조금 쓸쓸하잖아. …아닌가.. 적어도 나는 그래서, 그래서…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날, 꽤 무섭게 끝나긴 했지만. 네가 처음에 ‘탐험이다!’하고 외쳤던 것 덕분에 나 사실 꽤 즐거운 기분으로 돌아다닐 수 있었어. 이후로는 네가 불나방같이 달려드는 바람에 여러 가지로 좀.. 불길한 일들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즐거웠으니까 다 된 거겠지.”
“이봐, 형. 이렇게 부르면 또 미묘한 표정 지으려나? 사실 나도 어색한 호칭이긴 해. 넌 늘 주변을 챙기는 형같은 면이 있었지. 난 네가 좀 더 힘을 빼고 살았으면 했지만. 넌 마지막까지 계속 주변 사람들을 도와가며 뛰어가더라. 하지만 어쩌면 그게 가장 너다운 지도 모르겠어. 맞다, 말 못했었는데, 가면 잘 어울리더라.”
“널 부를 땐 거의 네 이름으로 불렀었지만, 사실 이상하게도, 넌 이름보다는 ‘부반장’이라고 불릴 때 정말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어. 왠지 모범적인 이미지 때문인가. 넌 정작 자기가 반장이 아니고 부반장이라는 사실에 불만이 있어보였지만. 그래도 부반장도 멋있는 직책 아닌가.. 난 네가 꽤 멋져보여서, 괜히 열등감 갖지 말고 이것저것 잘 해내는 자신이 너도 멋지다고 생각했으면 했어. …앞에선 장난이나 쳤지만. 그냥 그렇다고.”
“늘 까칠한 척 굴어도 사실 누구보다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며 좋아했던 걸 알아. 기껏 신령님처럼 상이라도 줄까 했더니, 되려 더 주려는 모습이 그걸 증명하지 않겠어. 그런 널 참 좋아해서, 너와의 인연이 계속되기를 바랐는데. …미안. 쓸데없는 소리를 해버렸지, 내가.”
“사람들은 변함이 없다는 말이 그다지 칭찬이 아니라고 하던데, 그래도 난 네가 늘 그렇게 비슷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서 웃어줘서 좋았어. 제멋대로인 면도, 낙천적인 면도, 바다를 좋아해서 학교가 끝나면 금방 뛰어가버리는 활달함도, 왠지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졌거든. 꼭 잔잔한 바다를 볼 때처럼.”